"마누라가 우리 승호를 낳으러 처가집에 갔을 때 말여, 김을 백 장 구워놓고 갔더라고야. 마누라 혼자 처가에 보내놓고 시나리오 쓴답시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배고파서 밥먹으라고 찬장을 열었는디 구운김이 있더라..."
"배는 불러갖고 쪼그리고 앉아서 김에 들기름 바르고 소금을 치고... 쌕쌕 밭은 숨 쉬면서 한 장 한 장 굽고..."
"사랑도 의리여야. 사랑은 곧 의리인 것이여. 살다가 아무리 보대껴도 김 100장만 생각하면 나는 의리를 지키고자퍼..."
어느 드라마에 나온 대사 한 대목이다. 산달이 다 되어 처가에 가야하는 마누라가 혹여 남편이 굶을까 불러온 배를 감싸고 구운 김 100장. 그 것만 생각하면 의리를 지키고픈 남편. 사랑하지 않아서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의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흔히들 말하는 사랑은 설레임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면 설레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설렐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우리가 사랑했던가..’라는 의문이 들만큼 설레임은 많이 사라진다. 평생 설레인다는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 1%에 속하는 커플이던가. 아님 심장병에 걸린 사람이던가.
오래 만난 연인 혹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는 특히 의리가 필요하다. 의리? 의무감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정, 연민 역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랑이 변해서 정이 되고 연민이 되고 미련이 된다고 하지만 사랑하지 않으면 정도 미련도 남지 않는 법. 의리도 마찬가지다. 내 사람을 사랑하니까 지키고 싶은 것이고 그래서 사랑에는 의리가 필요한 것이다. 혹시 지금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위해 의리를 지켜야한다. 그것 역시 사랑이니까.
-출처: MBNart
'의리' 한자로 쓰면 '義理' 곧 '옳은 이치'이다. 흔히들 사랑을 감정의 산물로만 생각하지만, 사랑을 지키는 데에는 반드시 이성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이치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의리로서 사랑에 있어 으뜸가는 가치는 믿음이다.
당신이 난 너를 믿어...'라는 말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말인지 안다면, 당신은 조금은 삶을 아는 사람, 혹은 인간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욕은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말일 것이다.
가끔 나는 내 깜냥이 미치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 즉 믿음 때문에 무리를 하거나 혹은 그 덕에 불가능한 일을 해내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타인이 보내는 신뢰는 그야말로 무한의 에너지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무한의 믿음 에너지의 원천은 우선은 가족이다. 철없던 시절 부모의 믿음은 장남의 어깨를 누르는 부담이지만, 지금은 그처럼 큰 지지대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난 너무 뜨거워 평생 남는 상처처럼 강렬하게 기억되는 사랑보다는 따뜻하고 평생갈 수 있는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미디어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짧은 만남과 대강의 인상을 훑어보는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유행한다.(어쩌면 오랜 기간 연애을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변명일 지도 모르겠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 물론 그러한 뜨거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와 사랑이라는 개념어를 정의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일뿐...
사랑하는 사람이 믿는 만큼이 나의 에너지다.
Posted by 라기


